<팔'국가 수용은 `진일보'.."대체로는 미흡">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중동평화 정책 연설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제한적이나마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안을 수용해 종전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정책 내용은 전반적으로 종전의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정부 때보다도 팔레스타인 측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이집트 카이로 대학에서 행한 대(對) 이슬람권 연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답변으로 간주돼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이날 바르-일란 대학 연설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옆에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립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의 전제 조건으로 군부대를 보유하지 않는 비무장화를 제시했고,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을 `유대인 국가'로 먼저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모두 장래의 수도로 여기고 있는 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에 분할해주지 않겠다고 밝혔고, 팔레스타인 난민의 이스라엘 귀환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명백히 했다.

   이런 일련의 제안은 사실 그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대 팔레스타인 정책관을 대부분 반영한 것이다.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에 `제한적인 주권'만을 부여하는 정책의 옹호자였다.

   그는 팔레스타인에 군대의 보유나 다른 나라와 군사동맹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데 반대해왔으며, 국경통과소 관리권과 항공관제권 등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날 연설에서 확인된 의미 있는 변화는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 후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립을 조건부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 백악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안 수용을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 오바마 대통령은 두 국가, 즉 유대국가 이스라엘과 독립국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네타냐후 총리가 제시한 평화정책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평화정착 노력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압바스 수반은 2007년 11월 조지 부시 행정부 때 미국 아나폴리스 중동평화회담에서 채택된 평화로드맵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의 전임자인 올메르트 전 총리와 함께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방안을 놓고 1년 동안 협상을 벌였었다.

   올메르트 정부는 당시 팔레스타인 국가의 영토로 점령지 서안지역의 98.1%를 넘겨줄 계획이었으나 압바스 수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역의 땅 전부를 돌려달라는 입장을 고집해 협상 타결에 실패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말 출범한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보수 정부는 이런 협상 수준에서 크게 후퇴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자체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물론 오바마 행정부와도 마찰을 빚어왔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열흘 전 카이로 대학 연설에서 "존엄과 기회, 그리고 독립국을 바라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열망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안을 수용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또 지난 수개월간 팔레스타인 서안지역에서 유대인 정착촌 건설활동을 완전히 동결하라고 네타냐후 정부에 거듭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조건부 팔레스타인 국가 수용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고, 서안지역에 새 정착촌을 짓지는 않겠지만 기존의 정착촌 내의 주택 건설은 계속할 것임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중동을 순방 중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일간 하레츠에 이스라엘이 정착촌 문제를 놓고 오바마 행정부와 정면으로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freemong@yna.co.kr

2009/06/15 05:15 송고